헝가리 교환학생 일기 •̅ᴥ•̅)و

[브뤼셀에서 생긴 일] #4 저 아가씨 테이블은 제가 계산할게요 당한 썰/갈렛/브뤼셀 와플 추천/벨기에 맥주/그랑플라스 야경 본문

여행 일기

[브뤼셀에서 생긴 일] #4 저 아가씨 테이블은 제가 계산할게요 당한 썰/갈렛/브뤼셀 와플 추천/벨기에 맥주/그랑플라스 야경

rans 2024. 9. 1.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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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렛 (Galet)

 

https://maps.app.goo.gl/SVuwxErRNXuvwgEp7

 

Galet · Nieuwstraat 27/29, 1000 Brussel, 벨기에

★★★★☆ · 패스트리 판매점

www.google.co.kr

 

 

다음은 브뤼셀에서 가장 유명한 와플 가게인 갈렛 (Galet)으로 이동했다.

 

 

여기선 다들 기본 와플을 많이 먹지만, 나는 기본 와플에 초코 스틱이 꽂힌 와플을 선택했고, 주문과 동시에 기본 와플을 꺼내서 초코 스틱을 바로 앞에서 꽂아준다.

 

가격은 총 3.50유로(약 5,171원)였다.

 

과거 와플대학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력이 있다.

 

와플대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한국 와플 가게는 와플을 굽고 한 번 식힌 후에 토핑을 얹는 방식이다.

 

그러나 여기는 바로 구운 따끈한 와플에 초콜릿 스틱을 꽂아주어서, 초콜릿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그래서 단맛은 극대화되고 조금 더 촉촉한 스타일의 와플을 먹을 수 있었다.

 

여기는 왜 유명한지 알 것 같았다.

 

정말 맛있었고, 한 입 먹자마자 '우와!'하고 감탄사가 나왔다.

 

겨울에 먹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엄청 맛있었다.

 

여기는 브뤼셀을 온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길을 가는 도중에 마주친 정체모를 코스프레...

 

브뤼셀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정말 한블럭한 블록 지나면 있고 또 한 블록 지나면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한다.

 

하루 지나니 또 새로운 분들이 공연을 하고 계셨다.

 

언제봐도 신기한 문화였다.

 

 

레전드 사건 발생

 

나는 이날 그랑플라스 야경을 보기 위해,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유럽은 해가 정말 늦게 지기 때문에 9시~10시까지는 기다려야 했고, 배가 고프지 않았던 탓에 맥주 한 잔을 할 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마침 앞에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는 가게를 발견했고, 어딘지 기억도 기록도 없는 가게에 앉아서 가장 저렴한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벨기에는 맥주 샘플러가 유명하지만 그렇게 많이 마시는 건 약간 무서웠기 때문에 한 잔만 주문했다.

 

 

맛은 그냥 평범한 맥주 맛이었다.

 

나는 여유롭게 공연을 구경하며 앉아있었다.

 

 

그런데 건너편에 어떤 아저씨와 할아버지 그 사이 어딘가의 남자가 계속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며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 할저씨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내 자리가 입구 쪽이었는데 나에게 오는 것은 아니었고 화장실을 들리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내 옆을 지나가시면서 나와 눈이 마주치니 입모양으로

 

"베리 프리티 베리 프리티."

 

라고 하셨다.

 

진짜 너무 당황스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아까 나를 계속 쳐다보던 게 기분 탓이 아니었고, 그렇다면 지금 큰일이 난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행히 그 이후로 나에게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긴장을 풀었고, 아직 9시가 되려면 한참 멀었었기 때문에 맥주 한 잔을 더 주문해서 마셨다.

 

두 잔을 다 마시고 나니 살짝 알딸딸해지기도 하고 해도 뉘엿뉘엿해졌었다.

 

나는 그랑플라스로 이동해서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생각하고 계산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현금밖에 결제가 안 된다고 했다.

 

파리는 어딜가나 카드 결제가 가능했지만 벨기에는 현금만 받는 곳이 꽤 많았다.

 

나는 유로는 현금으로 아예 가지고 있지를 않았다.

 

그래서 어쩌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날 계속 쳐다보던 할저씨 반대편에 앉아계시던 할저씨가 이쪽으로 다가와서 종업원분과 대화를 나누셨다.

 

그러더니 종업원분이

 

"이 분이 대신 계산을 해주기로 하셨으니까 넌 돈 안 내도 돼."

 

라고 하셨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그래도 되냐고 물었는데 할저씨가 아주 인자한 미소로 괜찮다고 하셨다.

 

그런데 종업원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대신 너는 맥주 한 잔만 더 마시고 가면 돼."

 

?????

 

그러고 바로 맥주를 따더니 나에게 건네어 주었다.

 

내가 엄청 당황해 하니까 종업원 분이

 

"같이 앉아줄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원래 네 자리에서 편하게 맥주 한 잔만 더 마시고 가면 되는 거야."

 

라고 하셨다.

 

너무 혼란스러웠지만 지금 현금도 없어서 계산도 못하고 이미 결제를 하신 상태라서 선택권도 없이 맥주를 꼭 쥐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파리 여행을 함께했던 언니에게 SOS의 DM을 보냈다.

 

그런데 원래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계셨는데 갑자기 바로 내 앞자리로 이동하셨다ㅠㅠㅠㅠㅠㅠ

 

그 광경을 지켜본 종업원은 재밌는 구경이라도 난 듯이 웃었다. (진짜 개 얄미웠다.)

 

그 할저씨들은 나에게 맥주잔을 들어 보이며 치얼스를 하는 시늉을 했다.

 

나도 거기에 맞춰서 잔을 들며 땡큐땡큐라고 했다.

 

그러니 갑자기 의자를 툭툭 건드리며 자기네 자리로 오라는 시늉을 했다.

 

나는 올 것이 왔구나... 진짜 X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 이때 내가 구매한 이심 데이터를 다 써버려서 인터넷도 엄청 느려진 상태였다.

 

그래서 언니에게 보낸 DM도 제대로 전송이 안 됐다ㅠㅠㅠㅠ

 

나는 종업원을 쳐다봤고, 종업원은 🤷‍♂️이러고서 웃으면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체념하고 그 할저씨 테이블로 이동했다.

 

처음엔 어디서 왔냐, 여행 중이냐 등등 간단한 질문을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 할저씨들... 영어를 전혀 못했다.

 

 

나보고 베리 프리티라고 했던 할저씨는 프랑스에서 왔고, 내 맥주값을 계산해 준 할저씨는 이탈리아에서 왔다고 하셨다.

 

나와 소통하려고 계속 이런 식으로 번역기를 사용했는데, 할저씨라서 타자도 엄청 느렸다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두 분이서 계속 크흐음... 하고 독수리 타법으로 토독토독 적고 나는 그걸 기다리고 있는 광경이 뭔가 너무 웃겼다.

 

이때부터 무섭진 않고 점점 재밌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저씨는 한국에 관심이 많으셨다.

 

예전에 직접 김치를 담그려다 어려워서 포기했다고 하셨고,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도 많이 보신다고 했다.

 

그리고 갑자기 서예지 사진을 보여주며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배우라고 하셨다ㅋㅋㅋㅋ

 

한식당으로 이동할래?라고 하길래 2차를 가는 건 좀 아니다 싶어서 맥주도 사주셨는데~~ 거기까지 가는 건 넘 죄송하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그러니 여기서 뭐 다른 메뉴 더 시켜 먹을래?라고 하길래 지금 맥주 세 잔 째라 너무 배불러요~~~ㅠㅠ라고 했다ㅋㅋㅋㅋ

 

그러니 뭐 브뤼셀에서 구경하고 싶은 곳 없냐고 물으시길래,

 

사실은 오늘이 내 브뤼셀 여행 마지막 날이다~ㅠㅠ(아님) 내일 아침 5시 비행기라서 이게 지금 내 마지막 일정인데(아님) 덕분에 너무 좋은 시간 보냈어요~~ 브뤼셀에서의 마지막 밤을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라고 최대한 기분 상하시지 않게 에둘러 말했다.

 

그러니 두 분 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며 좋게 반응해 주셨다.

 

그런데 이탈리아저씨가 부탁 하나 있는데 들어줄래?라고 하셨다.

 

부탁...? 뭐지 뭐지 뭐지....

 

라고 불안했지만 태연하게 뭔데요? 하고 물으니

 

"너 한국 돌아가면 한국 도시 사진 보내줄래?"

 

라고 하셨다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나는 당연하죠~~ 인스타그램 계정 있으세요? 하고 물었다.

 

그런데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 할저씨라는 것을...

 

그 이탈리아저씨가 건넨 것은 다름 아닌 이메일 주소였다.

 

진짜 대폭소할 뻔했지만 간신히 참고 이메일 주소를 받아 적고 아저씨들과 헤어졌다.

 

시작은 무섭고 긴장되었지만 마무리는 아주 유쾌하게 끝난... 그런 대화였다.

 

중간중간에 엥? 스러운 말을 하시긴 하셨지만, 그런 말은 외국인 패시브인 못 알아듣는 척을 했다.

 

사실 꽤나 운 좋게 끝난 케이스지만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들 혼자 여행하실 땐 반드시 조심하시길...

 

 

그랑플라스 (Grand Place) 야경

 

 

이 큰 사건을 겪고 본 그랑플라스 야경은 그냥 그랬다.

 

멘탈은 터질 대로 터진 상태라서 뭐 눈에 뵈는 것도 없었고 보자마자

 

"이게 다야?"

 

라고 육성으로 말했다.

 

사실 맥주도 세 잔이나 마신 상태라 취하기도 취했었다.

 

사진도 죄다 저런 식...ㅋㅋㅋㅋㅋ

 

나는 바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로 걸어가는데 어떤 술집 야외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아저씨가 나에게 니하오라고 했다.

 

 

이땐 너무 큰 일을 겪은 직후라서 눈에 뵈는 것도 없고 무서울 것도 없었다.

 

그래서 저 말을 듣자마자 육성으로

 

"뭐라는 거야 X발."

 

이라 하고 지나갔다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겁도 없지...

 

그리고 숙소와 가까워지니 내 뒤에 걸어오던 고딩 아님 내 또래 정도 되어 보이는 애들이 내 앞으로 조금 걸어가다가 뒤돌아서 날 확인하더니 봉쥬~하고 주먹 인사를 걸었다.

 

그래서 응~ 봉쥬~하고 주먹을 받아쳐주니 불어할 줄 아냐고 물었다.

 

그래서 영어만 쓴다고 하니까 자기들은 불어밖에 할 줄 모른단다.

 

그래서 응~ 안 됐다~ㅠㅠ하고 바로 숙소로 들어갔다ㅋㅋㅋㅋㅋㅋ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모두 말했다.

 

엄마와 그렇게 한참을 웃으며 통화를 하고 나서야 조금 진정이 됐다.

 

 

숙소 로비에서 만난 고양이를 마지막으로 브뤼셀 여행 2일 차 포스팅을 마친다!

 

인생 살면서 한 번 겪기도 힘든 일들을 겪을 수 있는 게 여행의 묘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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